이혜진 집사 (로고스 5 목장)

“네, 목사님. 그럼 제가 기도해보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2021년 가을에 있을 교회의 대대적인 목장 개편을 앞두고 로고스 마을의 늘어난 가정 수에 맞춰 새로운 목자를 추가로 임명해야 하는 쉽지 않은 미션이 진행 중이었다. 나의 신앙의 깊이와 한계를 알기에 목녀가 아닌 ‘영원한 바나바’를 자처해오던 나는 닫힌 문틈 사이로 흘러나오는 남편의 대화 내용을 엿들으며 이렇게 기도했다.

‘자, 이제 진짜 모두 주님이 하시는 겁니다.’

남편이 목자로 헌신할지에 대해 고민할 때도, 목원들이 구성될 때도, 그리고 여러 상념이 수시로 내 머릿속을 헤집을 때도 이번 일만큼은 철저하게 주님께 위탁하기로 하고 사람이 아닌 주님의 일하심을 위해 기도했고 그렇게 로고스 5 목장이 꾸려졌다.

새가족 2가정을 포함, 총 9가정으로 구성된 로고스 5목장은 주로 10학년 여아와 12학년 남아를 중심으로 다양한 연령과 성별의 유스 자녀들로 구성되어 있다. 대부분의 자매들이 커리어 우먼이라 주중 자매 모임을 할 수 없다는 아쉬움이 있다. 다행히 주말에는 다들 시간적 여유가 있어서 목장 모임은 주로 토요일 저녁에 이루어지고 있다. 목원들이 온라인보다는 대면 모임을 선호하여 월 2회 교회에서의 다과 모임으로 진행했으나, 팬데믹이 진정 국면에 접어든 3월부터는 교회와 가정에서의 모임을 번갈아 가며 하고 있다. 특히, 가정 모임을 할 경우 유스 18명 포함 총 36명의 대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를 하고 모임을 진행하는 것이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다. 그래도 자원하여 가정을 오픈해주고 기쁨으로 팟럭을 준비해오는 목원들에게 이 자리를 빌려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지난 6개월 간의 목장 생활을 돌아볼 때 목녀로서 느끼는 목장의 가장 큰 변화를 꼽자면 목원들 간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고 그로 인해 목장과 교회 활동에의 참여도가 높아졌다는 점이다. 목장 초기 톡방을 통해 목자인 남편이 공지나 요청 사항을 올리면 목녀인 나와 바나바로 섬겨주던 자매의 대답 이후 늘 길고도 서늘한 침묵이 뒤를 이었다. 활발한 톡방에 익숙하고 그것을 선호하던 내가 다시 개별 톡을 보내야만 답을 얻을 수 있는 상황에 서서히 지쳐가고 있었던 어느 날, 남편이 ‘신년맞이 성경 퀴즈’를 제안했다. 생명의 삶 교재 진도에 맞춰 월, 수, 금 밤 9시 톡방을 통해 4문제씩 성경 퀴즈를 내고 가장 빨리 답을 맞히는 목원들에게 포인트를 주고 누적 포인트에 따라 분기별 상을 주기로 한 것이다. 처음에는 몇몇 열성 참가자들이 점수를 독식하는 양상을 보였지만, 가슴 졸이며 빠르게 답을 올리는 중에 생기는 오타와 오답, 그리고 여러 농담이 뒤섞여 매번 그렇게 100개가 넘는 톡들이 쌓여갔고 조용히 지켜만 보던 목원들 역시 참여하기 시작, 급기야 그간 모임 참석을 못 하시던 형제님들까지 톡방을 통해 먼저 인사를 나눌 수 있게 됐다.

이렇게 목장 내 커뮤니케이션이 활발해지게 된 또 다른 요인은 매일 한 가정씩을 두고 올린 중보 기도의 덕이라 생각한다. 격주 모임을 통해 모은 각 가정들의 기도 제목을 매일 아침 한 가정씩 돌아가며 그 가정의 기도 제목만 따로 나누고 중보기도를 요청했다. 기도 제목에 대해 서로 격려하고 또 응답된 기도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점점 중보 기도의 힘을 느껴갔고, 처음에는 나누기 꺼렸던 기도 제목들까지 목장 가족을 통해 기도를 구하기 시작하며 그렇게 우리는 원팀이 되어갔다.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를 위해 기도하면서 우리는 점점 더 서로를 향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졌던 것 같다.

“매일 죽자.”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시는 것이라 이제 내가 육체 가운데 사는 것은 나를 사랑하사 나를 위하여 자기 자신을 버리신 하나님의 아들을 믿는 믿음 안에서 사는 것이라 (갈2:20)

지난 모임에서 정한 로고스 5 목장의 비전이다. 모두 깔깔거리며 합의에 이른 비전이긴 하지만 우리 모두 너무나 격하게 공감하는 말임을 나는 안다. 삶을 살아갈수록, 하나님께 가까이 갈수록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내 안의 죄와 악이 있음을 알게 된다. 목이 곧은 자아를 죽이고, 하나님의 선한 영으로 매일 거듭나게 해 달라고 간구하는 것만이 그 죄와 악을 이길 수 있는 방법임을 확신하며, 오늘도 나는 우리 목장을 위해 마음의 무릎을 꿇는다.

‘자, 이제 진짜 모두 주님이 하시는 겁니다.’

주님이 만들어 가실 우리 로고스 5 목장의 내일을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