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철 목사
우울증의 깊은 절망은 그 고통의 골짜기에 들어 가 본 사람 외 에는 알 길이 없다. 세상에서 버려진 듯 한 느낌, 나 외에는 다 들 행복해 보이고, 내가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처럼 느껴 질 때 몰려 오는 마음의 고통 중에 영혼은 침체해 지고, 육신 은 무기력해진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 의 경우 정신과 진단의 주요 17개 질환의 평생 유병률을 합하 면 25%에 달한다. 성인 4명 중에 한 명은 평생 한 번은 정신질 환으로 고통 받는다는 이야기이다. 또한, 우울증의 경우 그 유 병률이 50년 전보다 10배가 늘었다. 환자뿐 아니라 그 가족들 과 친구들까지 합하면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들의 평생에 본 인이나 가족이나 친구 중에 한 가지 이상의 정신적인 어려움 을 겪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울증, 불안 장애 등 정신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거의 모든 교회에 존재한 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고, 몸 된 지체들은 서로를 돕도록 부르심을 받았다. 어제의 환자가 오늘이 정상인이 되고, 오늘 의 정상인이 삶의 변곡점에서 환자가 된다. 이런 상황에서 건 강한 지체가 마음에 어려움을 겪는 다른 지체를 돕는 것은 교 회의 사명이자 특권이다. 이 글에서는 마음이 어려운 사람을 도울 때, 우리가 기억해야 할 10가지 원칙을 나누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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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하면서 먼저 다가가라.
먼저 다가가라. 우리는 우리와 비슷한 사람을 향해 다가가는 경향이 있다. 문제는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우리와 다르게 보인다는 것이다. 우리와 다르게 생각하고, 다 르게 느끼고, 다르게 행동한다. 그래서 가만히 있으면 보이지 않는 담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그러므로 그들을 섬기는 데 있 어 필요한 것은 내가 먼저 다가가는 것이다. 의지적으로 우리 는 비슷한 사람끼리 어울리려는 성향을 거부하고, 마음이 힘 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야 한다. 그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많 은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대부분의 우리는 그들을 상담하도록 부르심 받지 않았다; 다만, 단지 사랑하도록 부르심 받았다. 그 러므로 “양극성장애” “망상” 등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다만, 그들이 단지 ‘어려움” 이라는 일 반적인 고통을 일시적으로 나보다 조금 더 많이 가진 사람임을 기억하며, 열린 마음으로 다가 가는 것으로 시작을 하라. 그들 이 나 보다 더 많은 죄를 지어서 그리된 것이 아니다. 그들은 단 지, 이 죄악으로 오염된 세상에서 도덕적인 죄와 상관없이 어 려움과 환난을 당하고 있는 중이다. 마치 감기나 암에 걸린 사 람에게 도덕적인 추궁을 하지 않듯이 우울증이나 불안 장애 환 자에게 그들의 어려움을 개인적인 죄와 연관 짓는 것은 성경 의 진실에서 멀다. 사람이 육체의 질병으로 고통받듯이, 그들 은 마음의 질병으로 고통받고 있을 뿐이다.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은 많은 방법들이 있다. 그 중 가장 특별 하고도 중요한 방법은 그들의 기도제목을 얻기 위해 질문하는 것이다. 적절한 질문을 통해서 기도제목을 얻을 수 있으며 그 에게 다가갈 수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까다로운 상사로 인 해 불안해 하는 지체에게 “형제님이 직장에서 일을 하는 동안 제가 이번 주에 어떻게 기도해 드릴까요?” 라는 질문을 할 수 있다. 이 질문을 함으로서 기도할 내용을 구체적으로 알뿐 아 니라, 다음 대화를 이어갈 방향을 잡게 된다. 지혜로운 사랑은 기도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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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로서 그에게 다가가라.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사람에게 다가갈 때 타인을 포함시켜라.
그리스도의 몸이 적절히 기능을 할 때는 홀로 일하지 않는다. 우리가 공동체로서 다른 사람과 “함께” 도움이 필요한 지체에 게 다가간다. 이 원칙은 특히 다가가는 대상이 어려움을 겪고 있을수록 더욱 중요하다. 그들의 어려움은 내가 겪는 어려움과 질적으로 다를 수 있다. 아마 공동체 중의 누군가는 그와 비슷 한 경험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런 경험이 있는 지체의 말 한마디 는 그들의 마음을 열고 다른 말씀과 기도사역이 역사할 틈을 제공해 줄 수 있다. 혼자가 아닌, 함께 다가갈 때 다른 지체에게 실제적이고 효과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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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을 기억하라.
환자의 어려움의 다양한 방면을 환자의 가족들이 대부분 케어(care) 한다. 결국 그 짐을 지는 사람들은 환자의 어머니, 아버 지, 남편과 아내, 그리고 자녀들이다. 그들은 묵묵히 이것들을 감당하며 거의 불평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가족들의 어 려움과 필요는 간과될 때가 많다. 그러나 정신적인 어려움은 그 개인에게만 국한하지 않으며 가족들에 고통을 가져다 준다. 그러므로, 우리는 영혼을 케어할 때 그 어려운 영혼뿐 아니라, 그들의 가족을 함께 돌봐야 한다. 그들에게 어떤 도움이 필요 한지 구체적으로 물어보라. 기억할 것은 가족들은 그들의 어 려움을 이야기하기를 주저한다는 사실이다. 진심으로 도와주 고 싶은 마음을 적절한 방법으로 표현하라. 특히, 한국사람들 은 많은 경우 어떠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어렵게 생각한다. 한두 번 사양하더라도 진정으로 돕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하라. 행하는 사랑이 진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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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라.
어떤 사람을 이해하기까지 그에 대해 긍휼의 마음을 가지기 어렵다. 이해하지 못하면 참기 힘들다. 그러므로 어려움을 당하 는 사람의 “진단명”이 아니라 그 진단명을 가진 “사람” 을 이 해하려 노력하는 것이 전정한 도움을 지속적으로 주는 데 매 우 중요하다. 우울증이라는 진단명은 단지, 어떤 생각과 감정, 그리고 행동의 짧은 묘사일 뿐이다. 우울증이라는 꼬리표가 아 닌 우울증을 앓고 있는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이해는 공감을 낳 고, 공감은 치유와 회복을 가져오며, 그를 위한 도움에 수반되 는 불편함을 기꺼이 감당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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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람을 다른 정상적인 사람처럼 대하라.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다른 사람하고 다르게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들이 좀 더 많은 도움과 배려가 필요하지만, 그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동일하게 대접하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는 정신적인 어려움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행동 하는 사람들에게 정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이 어려울 때가 많 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야말로 교회에 필요한 것이다. 너 무나 자주 우리는 정신적인 어려움에 있는 사람들을 전문가의 손에 맡기고 그가 인간적으로 정상인처럼 대우 받을 필요가 있 는 보통사람이라는 것을 잊어버린다.
예를 들어 어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당신이 성경에 대해 이 야기할 때 분노할 수 있다. 그는 “나는 이것저것 다 해봤고 아 무 것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하고 말할 수도 있다. 이럴 때 우 리가 보통 사람에게 반응하듯이 다음과 같이 반응할 수 있다. “네, 그렇군요. 당신은 소망이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네요. 당 신의 어려움은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 으니까요.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신은 지금 당신에게 진정한 회복을 줄 수 있는 생명의 말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 하지 않아요. 제가 하나님의 말씀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하고 있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러나 저는 하나님의 말씀이 진정한 소망 과 회복을 줄 수 있다고 믿습니다. 우리가 주님에 대해 이야 기할 때 당신은 좀 화가 나 보이는데요. 제가 알지 못하는 다 른 이유가 있을까요?”
이런 문제는 매우 깊은 영적인 문제이며, 이 문제들을 단지 우 울증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 그러므로 그들을 긍휼로 돕기 위 해 그들의 위치에 서되, 동시에 매우 지혜로운 사랑으로 대해 야 한다. 그들의 상황을 깊이 공감하되 그들도 역시 하나님 앞 에서 은혜를 받고 반응하도록 부르심을 받은 사람임을 기억 하며, 이런 면에서는 그들을 정상적으로 대하는 것이 필요하 다. 즉, 마음의 어려움이 “그리스도 안에서의 성장”이라는 주 님의 명령으로부터 우리를 예외적으로 만들 수 없음을 기억 해야 한다. 그들은 고난 중에 있고 고난은 우리의 마음에 있 는 것을 드러내며, 그렇기에, 주님을 배울 수 있는 소중한 기 회이기 때문이다.
<지면 관계상, 나머지 5가지는 다음 호에서 다룰 예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