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규 담임목사

21년 전, 911테러 사건이 있기 한 달 전쯤 나는 노스캐롤라이나 수도인 랄리를 처음 방문하게 되었다. 2000년 1월 11일에 NC에 상륙한 이후로 Buies Creek이라는 동네에 있는 신학교(캠벨 신학 대학원)에서 신학 공부를 세 학기째 하고 있던 때였다. 한인 마켓(지금 생각하면 롯데?)을 들렀는데 계산대 앞에 놓여진 <순례자의 샘터>가 눈에 확 들어왔다. 쭈욱 훑어보던 나는, ‘이 교회로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 해 11월에 교회에 출석하고 등록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21년째다. <순례자의 샘터> 덕을 톡톡히 본 나로서는 이번 창립 39주년 기념으로 다시 발간되는 <순례자의 샘터>를 마치 약속 장소에서 연인이 오기만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는 청춘 남녀의 심정으로 기다린다.

2002년-2010년 전도사로 사역하다 목사 안수를 받고 부사역자로 지낸 후, 2010년 10월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으로 캘리포니아에 있는 새크라멘토 한인침례교회 담임목사로 청빙 되면서 랄리를 떠나게 되었다. 랄리 교회에 있으면서 성도님들께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그곳 담임 목회지로 가서는 사랑과 함께 시련도 듬뿍 받았다. 미주 내에 있는 한인교회가 다 비슷비슷 고만고만할 것 같았는데 막상 그렇지 않았다. 규모와 여건, 풍토와 배경, 상황과 인식이 꽤나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를 극복하면서 교회를 담임해 나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러나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10년(2010-2020)이 지난 후에는 건강한 교회로 성장하게 되었다.

새크라멘토에서의 마지막 시간 때에는, 집사람과 어디 여행을 갈 때 ‘아 이 여행이 여기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는 여행이었으면…’ 하는 마음의 바램을 많이 되뇌었었다. 혹시 내가 랄리로 되돌아갈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꿈을 가져보지 않았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그러나 그건 안개 같은 거라 해가 나면 금세 사라졌다.

2020년 초에 랄리 교회 청빙 위원회로부터 내가 후보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하나님이 내 길을 인도하신다는 감을 갖게 되었고 청빙 집회를 마치고 최종 결정이 되었을 때 나는 100%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확신하게 되었다. 새크라멘토 한인침례교회를 떠나는 과정에서 교회도 나를 위해 축복해 주었고 모든 것이 무리 없이 순적하게 되도록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셨다. 드디어 2020년 12월 14일 새크라멘토를 떠났는데, ‘여기를 떠나는 여행이었으면..’ 하는 바램이 실제가 된 그 때는 참으로 감동적인 순간이었다. 하나님은 내 마음의 소원을 이루어 주시는 분이시다! 2020년 성탄절을 랄리에서 보냈고 팬데믹으로 많은 성도들을 만나지는 못했어도 흥분되는 내 마음을 감추기 힘들었다.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1년 4개월이 흘렀고 나의 마음은 여전히 콩당콩당 설렌다. 1년 전쯤 Brier Creek 쪽에 집을 얻었는데, I-540을 타다 Leesville Rd.로 빠져 Strickland Rd.를 타고 교회로 온다. 예전 랄리에 있는 동안에는 Leesville Rd. 쪽 동네에 살았고 그 때도 Strickland Rd.를 부지기수로 오갔다. 랄리를 떠나면서 나는 이 Strickland Rd.에 내뱉은 말이 있었다. “나 너한테 기름 많이 뿌렸어!” 근데 나는 그 길을 또 다시 달리고 있다. 이렇게 말하면서 말이다. “기대해, 앞으로도 더 많이 뿌려줄게”

말 없는 맨 길바닥도 이리 반가울진대 환한 얼굴을 가진 우리 성도님들은 얼마나 더하겠는가? “땅에 있는 성도들은 존귀한 자들이니 나의 모든 즐거움이 그들에게 있도다” (시16:3). 이 말씀에 절로 ‘아멘’이 나온다. 하나님이 미국에서 나의 모교회라 할 수 있는 랄리 교회로 나를 인도하실 때는 하나님이 나를 통해 하시고자 하는 일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늘 상기한다. 그래서 내 고민은 늘 ‘그게 무엇일까’이다. 그것을 찾으려고 말씀 보고 기도하고 말씀 증거한다. 그리고 그 일은 항상 힘들게 느껴지지 않고 행복하게 느껴진다. 불역낙호不亦樂乎 ‘아, 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이다. 우리 교회를 담임하게 된 것은 하나님이 내게 주신 최고의 축복이다. 우리 성도님들도 하나님이 나를 담임 목사로 주신 것이 최고의 축복이라 고백하실 수 있으면 참 좋겠다. 그건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을 것이다. 나는 한없이 하나님을 의지하고 성도님들께는 무릎으로 나아가는 기도를 부탁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