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라 사모

•들어가는 말

고대 바벨론 사람들이 하늘 꼭대기까지 닿기 위해 쌓은 불신 앙의 상징 바벨탑. 하나님은 한참 하늘 높이 탑을 쌓아 올리고 있는 그들의 언어를 서로 통하지 않게 만드셔서 온 세상으로 흩어 버립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생겨난 언어는 현재 전세계 에 약 7000여개가 되는데요, 만약 바벨탑 사건이 없었다면 지 금쯤 이곳 미국에서, 한국어와 영어를 동시에 해야하는 수고 는 하지 않았을 텐데… 왠지 좀 아쉽습니다. 언어라는 것이 쉽 게 뛰어넘을 수 있는 장벽이 아니기에 괜히 몇 천년 전 사건까 지 소환해서 조상 탓도 한번 해봤습니다.

미국에서 자라는 한국 아이들이 한국어를 제대로 말하지 못 하고 더듬더듬 어눌한 발음으로 말하는 것을 듣노라면 부모 들은 왠지 고구마 두어개쯤 동시에 먹은 것 같은 감정을 느끼 게 됩니다. 말하는 본인도 답답하긴 마찬가지겠지요. 역지사 지로, 하고 싶은 말을 영어로 마음껏 하지 못할 때 느껴지는 답답한 마음처럼요. 아~ 우리 아이의 고구마 같은 말하기 실 력이 속 시원하게 뻥 뚫리는 사이다가 될 순 없을까요? 너무 나 교과서적인 답변이지만, 꾸준한 학습과 노력을 쌓는다면 긍정적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 니다. 알라딘의 요술램프처럼 매력적인 방법이 아니라서 좀 실망스럽겠지만, 언어습득에 있어서 꾸준한 노력과 반복적 학습은 진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랍니다.

  • 말하기가 중요한 이유

말하기는 사회활동의 많은 부분을 차지합니다. 가끔 특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경우에 말하기는 혼자서 하지 않 고 상대방과 주거니 받거니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단순한 의사소통을 뛰어넘어 사회활동을 하거나 관계를 맺는데도 필 요한 부분입니다. 우리는 말을 할 때,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서로를 의식하고 상대방에게 반응하면서 ‘무엇을 말할 지’, ‘말하고자 하는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자신이 의도하는 대로 생각을 어떻게 전개시킬지’를 고려하여 소통합니다. 따 라서 가족 관계, 친구 관계, 연인 관계, 사제 관계, 비즈니스 관계, 정치적 관계 등 모든 관계에 있어서 말하기는 상당한 비 중을 차지하게 되지요. 만약, 말이 시원시원하게 잘 통하고 소 통이 원활하면, 사회활동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다양한 관 계에서 기대되는 성과도 커지게 됩니다. 그러고 보면 말 잘하 는 사람이 유리한 점이 참 많은데요, 여러모로 말하는 능력은 중요한 수단이 아닐 수 없겠네요.

  • 말하기를 강조하는 청각두구식 교수법

    한국어를 가르치다 보면, 머릿속에 한국어에 대한 밑그림이 제대로 그려지지 않은 상태에서 영어로 말하는 습관이 깊이 베어있는 학생들을 만나게 됩니다. 그들이 말하기 학습을 할 때, 한국어에 대한 대략적 어순이나 기본적인 패턴을 아는 학 생과 동일한 선상에서 같은 성과를 보려면 두배, 세배 혹은 그 이상의 시간과 노력을 소요해야 합니다. 일단 한국 백그라운 드가 있는 학생인 경우에는 그나마 가능성을 엿 볼 수 있지만, 하루 종일 영어에 노출된 상황에서 가정에서 조차 한국어를 사용하지 않는 환경에 있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한국어를 들을 기회가 거의 없기 떄문에 나름의 말하기 설계도가 머릿속 에 형성될 수 없는 상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말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언어 교수법인 “청각두구식 교수 법”에 따르면, “듣기 -> 말하기 -> 읽기 -> 쓰기”의 순서로 교육이 이루어 지는데, 여기서는 듣기가 먼저 선행되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목표어를 들을 수 있는 상황에 많이 노출되어 있어야 다른 사람이 말하는 것을 머리에 입력하고 그것을 토 대로 말을 따라 하거나 흉내 낼 수 있으니까요. 이 교수법에서 말하기 교육은 대화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먼저, 학생이 교사 의 대화문을 듣고 따라하고 곧 이어서 교사의 질문에 학습자 가 답을 하는 것을 반복하면서 말하기를 연습하는 식으로 전 개되지요. 이렇게 반복해서 문장을 말하고 패턴을 익혀서 자 동반사적인 말하기가 가능해 지면 유창성에 도움이 됩니다. 그렇지만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이 동반되어야 다양한 의사소 통에 대처할 수 있기에, 문화나 정서적인 이해도 병행될 수 있 도록 하는 것이 효과적이랍니다.

    • 말하기 교육의 실재적 팁

      그러면, 자녀들의 한국어 말하기 학습을 어떻게 도와주면 좋 을까요? 말하기 학습을 효과적으로 돕기 위한 실재적인 팁 몇 가지를 제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한국어를 공부하는 학습자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제공 해야 합니다. 학습자가 잘 아는 내용을 자료로 제공하고, 말을 최대한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2. 기계적인 반복 연습이 끝나면, 가능한 빨리 자신의 의사 를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해야 합니다. 곧바로 활용 할 수 있도록 짝을 지어 대화하거나 소그룹을 이루어서 학 습자들 간에 실제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 공하도록 합니다.
      3. 짝지어 대화할 때, 대화가 끝나면 역할을 바꾸어 대화해 보도록 합니다. 교사는 자연스러운 대화를 이끌어 나갈 수 있도록 하고, 상대 학습자가 잘 이해하고 있는지 물어볼 수 있도록 하며, 학습자가 의미 파악을 위해서 질문하거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합니다.
      4. 정확한 발음과 적절한 속도로 이야기하고, 구 단위, 호 흡 단위를 적절히 이용해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도록 도와 줍니다.
      5. 교사가 말하는 것을 줄이고 학생이 말하는 것을 점차 늘 려 나갑니다.
      6. 학생의 반응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표현으로 지시해 줍니 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등 과 같이 학생들의 말을 더 이끌어 낼 수 있는 질문을 던 져 줍니다.
      7. 학생이 말하는 동안 너무 자주 발음 교정을 하지 않도록 합니다. 학생들이 말하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됩니다.
      8. 말하기 활동에 필요한 어휘들을 미리 제공해 주고 말하기 를 하면 어휘 습득에 더 효과적입니다.
  • 맺음말

    말하기는, 말하는 사람의 성격과 사회성이 많이 표현되는 부 분이라는 점에 다들 공감하실 것입니다. 영어를 말할 때, 틀려 도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문법이나 단어를 틀리 게 말하면 창피할까봐 과감하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습 니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후자가 되는데요, 어떤 유형의 사람 이 실력이 빨리 향상될까요? 맞습니다. 틀리는 것을 두려워하 지 않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겠지요. 자신감도 언어 습득에 영향을 미칩니다. 그러니까 정확한 표현과 발음을 교 정 하기 이전에, 편안하고 자신 있게 맘껏 말할 수 있는 분위기 를 조성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밥 먹기 전 테이블 위에 테이블 세팅을 해주 듯이 말이지요. 말하기라는 기본적인 샐러드에 자녀가 흥미 있어하는 분야의 주제를 토핑으로 올려 주고, 칭 찬과 격려 등의 긍정적 반응이라는 드레싱을 곁들인다면, 자 신 있게 도전해보고 싶고 제법 구미가 당기는 음식이 될 것입 니다. 답답한 고구마는 그만 먹고 시원한 사이다를 들이킬 그 날을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두에게, 힘찬 파이팅을 외칩니다.

    박사라 사모님은 한국어교육 학위 및 교원 자격증을 취득하였고, Triangle Korean School 교사 및 Life University 한국어과 교수로 재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