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갑 목사 (랄리제일한인침례교회 원로목사)

아마도 기독교에서 가장 흔하게, 그리고 지나칠 정도로 잘못 사용되는 단어가 있다면 바로 “은혜”일 것이다. 너무 무가치하게 느껴질 정도로 사람들은 은혜라는 말을  아무 생각도 없이 마음대로 사용한다. 그저 일이 잘 풀리거나 예상치 못한 좋은 일들이 생기면 하나님의 은혜라고 하고, 심지어는 거짓말을 한 것이 들키지 않고 그냥 넘어가도 은혜라고 한다. 그러나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는 분명히 그런 개념은 아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은혜는, 죄인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방법으로, 죄로 인한 엄청난 고통과 희생을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께서 대신 당하신 것을 말한다. 한 마디로 은혜는, 우리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고통과 수치를 말하며, 이것은 말로 표현할 수없을 정도의 끔찍한 피눈물나는 과정을 통해 주어진 것이다.

은퇴 후의 삶에 대하여 간단히 글을 써달라는 부탁을 받고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 였다. 그저 생각없이 내뱉는 그런 값싼 은혜가 아니고, “은혜 아니면 살 수 없는” 정말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온 나의 삶을 뒤돌아보게 되었다. 지금 생각하면 내 삶의 하나 하나, 순간 순간이 모두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삶의 연속이었다. 지난 일들을 생각할 수록 부끄러워서 고개를 들 수 없는 그런 일들이 왜 그렇게 많은지, 정말이지 영원히 지울 수만 있다면 (permanent delete) 지금 당장에라도 지우고 싶은 그런 심정이다. 어디 그 뿐인가? 12년 전, 죽음의 길목에서 기적같이 살려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어떻게, 무엇으로 설명을 할 수 있겠나? 그 이후 2회에 걸친 심혈관 수술, 그리고 2회에 걸친 다리혈관 수술 등은 어리석고 무지한 나를 불쌍히 여기셔서 생명을 조금 더 연장해주신 것 이라고 나는 믿는다. 

특별히, 랄리제일한인침례교회에서의 사역은 내 인생의 황금기를 보낸 가장 보람있는 순간들이었고, 가장 잊지못할 하나님의 놀라우신 역사를 체험한 소중한 순간이기도 하다. 내 인생의 크고 작은 많은 일들, 목동에 있는 늘푸른교회 사역, 한국 대전침신에서의 교수사역, 미국 린치버그와 달라스, 그리고 멤피스에서의 유학생활과 사역,  그리고 헌츠빌과 내쉬빌에서의 사역 등, 어느 것 하나도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고서는 감당하지 못할 순간들이었음을 고백한다. 그 흔한 맥도날드 조차 갈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상황도 있었고, 밤에 청소를 하고 날이 밝으면 집에 돌아와 잠시 눈을 붙힌 후 학교로 가던 때도 있었다. 그리고 나서 하나님께서는 나를 랄리로 부르신 것이다. 그것이 2002년 여름으로 기억된다. 거의 20여년 전의 일이다. 랄리에서의 사역은 그동안 엄청 고생을 하면서, 배우고 훈련받은 것들을 통하여 열매를 맛보게 하신 그런 순간이었다.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 붇고, 여기서 손을 떼게(은퇴) 하신 것이다.

지역적인 특성에 의하면, 랄리지역, 정확하게 RTP 지역은, 미국에서 보기드문 수준있는(?) 지역이라고 한다. 30여분 거리에 미국에서 내노라하는 3개의 뛰어난 대학이 있기 때문이다. 그 당시 인구가 이 지역 전체를 다 합쳐도 백만명이 안되는 자그마한 도시인데, Duke, UNC-Chapel Hill, NC State 등 3개의 대학들이 있어서 그로인한 고급인력들이 매년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고, 그것이 이 지역을 대변하는 모습이 되었던 것이다.

한 때 우리 교회에는 박사과정에 있거나 박사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50여명이 넘은 적도 있다. 그리 흔치 않은 모습이다. 도시가 크지 않은데도 이 지역에는 많은 전문인들이 있으며, 여기에 매년 한국에서 연수오는, 변호사, 기자, 그리고 대기업, 금융기관 등의 임원들을 생각하면 최고의 엘리트 집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자그마한 소도시에서 이런 모습은 그리 쉽게 찾아보기 힘든게 사실이다.

그런 지역에서 무엇하나 내세울 것이 없고, 자랑할 것이 없는 사람이 목회를 하게 된 것이다. 인간적인 면에서 생각하면, 허물과 실수가 많은 부족한 사람인데도 하나님께서는 신기할 정도로 축복해주셨다. 교회의, 건물/예산/성도 수 등이 두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그 넓은 체육관 공간은 전교인이 함께 예배드릴 수 없을 정도의 비좁은 공간이 된 것이다. 정말이지, 지적으로, 학문적으로, 육체적으로, 그리고 신앙적으로도 부족하고, 또 영어도 제대로 못하는 그런 사람인데 어떻게 이런 사역을 감당하게 되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 전혀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도 비전센터가 세워지고, 그 힘든 건축과정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단기선교팀을 파송하고, 수십명의 안수받은 사역자들을 배출하게 된 것은 정말이지 인간적인 계획과 능력으로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다. 이것이 바로 하나님의 은혜이다!

랄리제일한인침례교회, 나에게는 하나님의 은혜가 무엇이고, 그 은혜를 실지로 체험하게 해준 소중한 교회이다. 너무도 순수하고 열정적인, 그리고 잘 훈련된, 사랑많은 집사님들과 교우들, 이들은 영원히 잊지 못할 내 사역의 동반자들이었다. 반세기 넘는 신앙생활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자랑스런 교회, 그래서 영원토록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싶은 그런 멋진 교회를 섬기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와 찬양을 드린다!

(최 목사님 연락처, [email protected])